‘7시간 감금’ 채이배 “나경원 원내대표 지시 있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여야 간 충돌이 있었던 지난달 25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자신의 의원실에 감금됐던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자유한국당 원내 지도부의 감금 지시 의혹을 제기했다. 채 의원은 원내회의를 통해 행동 방침이 결정되는 등 감금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채 의원은 2일 MBC 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제가 보기에는 원내회의에서 채이배를 가두자고 결정해서 오신 거다. 마지막에 풀어주는 것까지 원내 지도부가 상의해서 결정했다”면서 “이로 봐서는 아예 처음부터 작심하고 오셨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4월 25일 오전 8시 20분-방문 개시
채 의원은 사건 전날인 지난달 24일부터 25일 새벽 3시까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공수처 법안 논의를 했다. 시간이 늦어져 의원실에서 쪽잠을 자던 25일 오전 8시 20분, 한국당 의원 두 명이 채 의원을 찾았다. 이야기 좀 나누자는 취지였다. 채 의원은 “이만희·이양수 의원님이 오셨다. 한국당 의원님들이 계속 더 오시더라”며 “정확하게 숫자를 안 셌지만, 제 방에 열다섯 분 정도는 왔다 갔다 하셨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오전 9시 30분-1차 저지, 대화
대화를 마치고 법안 논의를 하러 가기 위해 채 의원이 나서자 한국당 의원들이 막아섰다. 채 의원은 “얼굴 붉힐 상황은 아닌 것 같아 ‘좀 더 듣겠다’고 했다”며 “회의 진행 상황을 알아보니 천천히 와도 된다고 해서 계속 대화를 해나갔다. 그러다 법안 논의 시간이 오후 1시로 잡혔다. 오후 1시에는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분들(한국당 의원들)과 제 방에서 식사했다”고 말했다.
오후 1시-2차 저지, 몸싸움
식사까지 마친 오후 1시. 채 의원이 회의 참석을 위해 일어서는 순간 한국당 의원들이 문을 막았다. 채 의원은 “뚫고 가려고 힘을 쓰니 거기 있던 열한 분이 총동원해서 저를 막았다. 결국, 격렬한 몸싸움이 몇 차례 있었다”고 기억했다. 비켜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채 의원은 112와 119에 구조요청을 했다. 경찰이 도착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채 의원은 나가게 해달라고 무릎도 꿇었다. “방문을 소파로 막고 앉아 계시니까 무릎 꿇고 이 정도 하셨으면 되지 않았느냐, 충분히 하실 만큼 하셨으니까 보내 달라 그랬다. 동영상 보시면 아시겠지만 감옥 갈 거야, 이런 말씀하시면서 거부를 하셨다.”
채 의원의 방은 옥상 화단 옆 6층. 화단 난간이 이어져 있다. 채 의원은 “그쪽 유리창을 분리하거나 깨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119 대원에게 유리 창문을 깨든지 해서 나갈 수 있게 해 달라 했다”며 “그때야 의원님들이 ‘이제 풀어주자’ 그런 얘기가 됐다. 다시 또 몇 분이 ‘아니다. 우리가 여기서 판단할 게 아니라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면서 한국당 의원님들끼리 회의를 열었다”고 말했다.
오후 3시 30분-탈출
채 의원은 이 과정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채 의원은 “그중 한 분이 나 원내대표에게 전화하신 것 같다. 나 원대대표는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된다,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든지 해서 자신들이 끌려나가는 모습까지 비춰지든지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다급해진 채 의원이 창문 깨는 시늉을 하자 의원들도 ‘이러다가 사람도 다친다’면서 채 의원을 풀어줬다.
당시 채 의원의 방에는 한국당 의원 열한 명과 채 의원, 채 의원을 보호하겠다고 들어온 보좌진 네 명이 같이 있었다. 채 의원은 “한국당 의원님들은 뭐랄까 인권이나 법률적인 인식이 완전히 딴 세상에 있는 분들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암담했다”고 토로했다.
채 의원은 “나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인데 입법 활동을 막기 위해 그런 행위를 했다는 건 너무나 심각하다”면서 “필요하다면 그분들에게 충분한 책임을 꼭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