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핫라인 가동…방미연기 외교파장 조기수습
朴대통령-오바마 전화통화(자료사진)
주한美대사 ‘이해 표명’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지지’ 표현
한미관계를 ‘최우선 순위’라 말하고 방미재추진 협의 지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 전화통화를 통해 박 대통령의 방미연기 결정에 따라 지칫 초래될 수 있는 외교적 파장을 조기에 수습했다.
박 대통령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조기 종식을 위해 미국 공식 방문(14∼18일) 일정을 전격 연기한 지 이틀만에 이뤄진 조치다.
정부 안팎에선 박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방미일정 연기가 한미관계에 일정부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이날 가동된 양국 정상간 핫라인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우선 이번 통화는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전화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0일 오전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연락하고 방미 연기 사실을 알린 것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해온 모양새다.
내용면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미 연기가 우리 외교·안보의 핵심축인 한미동맹 관계에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방점을 뒀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전날 “박 대통령의 방문연기 결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한 데서 더 나아가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판단과 리더십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스 극복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이번에 방미가 연기되면서 양국 정상의 바쁜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연내 방미가 사실상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양측이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방미가 추진될 수 있도록 한국측과 필요한 협의를 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를 해뒀다”면서 박 대통령의 방미 재추진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관계에 대해 “미국에 가장 높은 우선 순위(Top priority)”라고 강조,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와 역할을 평가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4월말 방미 이후 미일 관계가 신(新) 밀월시대로 접어들고 있고 중국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9월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재차 부각하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4월 방한했을 때도 ‘감성 외교’를 통해 한국의 입장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미국 백악관에 게양됐던 성조기와 백악관 뜰에 심어진 목련 묘목(부활을 의미)을 우리 측에 전달했다. 또 정상회담 전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