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조양호 끌어내린 ‘큰손’ 국민연금 주목…”韓재계 이정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 박탈에 주요 외신들도 주목했다. 재벌 중심의 한국 재계에 경종을 가하는 이정표적인 사건이라는 점은 물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기업 의사결정 개입) 행보도 의미 있는 대목으로 꼽았다. 국민연금은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도 ‘큰 손’으로 꼽힌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서울발 기사에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을 인용해 “총수 일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재벌의 기업지배구조 문화에서 이정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벌 총수 일가는 상대적으로 작은 지분으로 기업 경영에 과도한 경영권을 행사해왔다고 덧붙였다.
WSJ은 같은 날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국민연금의 반대를 뚫고 그룹 지주사인 SK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사실을 거론하면서 “조양호 회장의 패배는 한국에서는 예외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이 의결정족수인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했지만, 약 64%의 동의를 받으면서 과반을 웃돌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지난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등으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점도 무관치 않다고 평가했다.
‘행동주의 투자’의 승리라는 의미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2대 주주로서 11.56%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졌고, 해외 공적연금인 플로리다연금(SBAF), 캐나다연금(CPPIB),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 주요 외국인 주주의 반대 표결로 이어졌다.
로이터통신도 ‘땅콩 회항의 후폭풍’이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조 회장은 역사적 주주총회 표결에서 퇴출당했다”면서 “한국의 재벌 총수 일가로서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지역 4번째 시장에서 행동주의 투자 원칙이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도 최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비중있게 소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