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경부선'(서울·대전·대구·부산)을 타고 내려간 뒤 이날 호남선(광주·전주)을 타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일정이었다.
이날 광주에서 시작한 호남선 투쟁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행사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 30분이 가까워지면서 무대가 설치된 광주송정역 광장은 광주진보연대, 광주대학생진보연합 등 시민단체와 시민 100여명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튼 채 ‘자유한국당을 해체하라’, ‘황교안은 물러가라’, ‘학살정당 적폐정당 자유한국당 박살 내자’, ‘5·18 학살 전두환의 후예 자유한국당’, ‘황교안은 박근혜다’, ‘황교안은 광주를 당장 떠나라’, ‘세월호 7시간,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 황교안을 처벌하라’ 등 문구를 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로 인해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당초 규탄대회를 열기로 한 광장을 벗어나 인도에서 ‘문재인 STOP, 전남 시·도민이 심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건 채 행사를 시작해야 했다.
황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자유한국당 당원 여러분, 말씀 들어주세요. 말씀 들으세요”라고 입을 뗐지만, 시민들의 “물러가라”는 고성과 항의에 묻혀 연설을 이어갈 수 없었다.
결국 황 대표는 조경태·신보라 최고위원의 연설 이후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발언 내용은 현 정부가 행정부·사법부에 이어 선거법 개정으로 입법부까지 장악하려고 한다는 주장에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독재국가’는 두 차례 언급됐다.
그는 “국회의원 300석 중 260석이 말이 되나. 그게 민주국가인가. 결국 이 정부는 독단으로 국정과 국회를 운영해 독재국가를 만들고자 한다”라며 “15만명 경찰과 2만명 검찰이 있는데 도대체 공수처가 왜 필요한가.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게 아니라 정권에 필요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항의와 고성 소리는 점점 커졌고, 황 대표는 연설을 마친 후 20여분간 시민들에 막혀 옴짝달싹 못 했다.
한국당이 미리 준비했던 ‘문재인 정부 규탄’ 홍보물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황 대표를 둘러싼 시민들과 경찰 간 밀고 당기는 몸싸움도 있었다. 일부에선 욕설도 나왔다.
민중당과 광주진보연대 등 관계자들은 황 대표를 향해 500㎖짜리 생수병에 든 물을 뿌려 황 대표의 안경에 물이 묻기도 했다. 황 대표는 우산을 편 채 근접 경호하는 경찰에 둘러싸여 역사 안 역무실로 이동했다.
5·18 희생자 유가족인 오월 어머니 회원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국회에서 우리를 안 만나줘 찾아왔다. 황 대표를 만나기 전까지는 못 나간다. 우리 얘기를 안 들을 거면 여기 왜 왔나”라며 “(황 대표를 만나면) 우리에게 할 말 없냐고 물어볼 거다. 광주까지 왔는데 도망 못 간다”고 외쳤다.
한 어머니는 “내 자식 죽은 것 억울해서 못 산다. 우리 보고 괴물이라고 해놓고 광주에 왔나”라고 항의했다.
황 대표는 5·18 희생자 유가족을 피해 플랫폼으로 이동, 전주행 열차를 탔다.
그는 광주송정역 플랫폼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한 나라인데, 지역 간 갈등이 있었던 시대도 있었지만 이제는 하나가 돼야 한다”며 “단일민족이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광주시민들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훨씬 많으리라고 보며, 변화하는 새로운 미래의 세계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