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슬림 대통령’ 논란…카슨 ‘반대’ vs 힐러리 ‘찬성'(종합)

무슬림단체, 카슨 사퇴 촉구…미 대선판 영향 주목

미국 대선판에 때아닌 ‘무슬림 대통령’ 논란이 일고 있다.

무슬림이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핵심으로, 공화당 경선 주자인 벤 카슨이 공개로 ‘불가론’을 제기하면서 논란을 촉발했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으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카슨은 20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출연해, 무슬림 대통령 가능성을 묻는 말에 “나는 무슬림에게 나라를 맡기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절대로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카슨은 특히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가치, 원칙과 궤를 같이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히 문제”라면서 “무슬림은 미래의 미국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슬람 종교가 미국의 헌법과 부합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 발언 후 미국 내 이슬람 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등 거센 논란에도 카슨은 같은 날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카슨은 “샤리아(이슬람 율법)는 미국의 헌법, 미국의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취임 선서는 코란(이슬람 경전)이 아니라 성경에 대고 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카슨의 대변인도 카슨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1일 트위터에 무슬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글을 올려 확실한 대립각을 세웠다.

클린턴 전 장관은 “무슬림이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가? 한마디로 말해 ‘그렇다’. 이제는 (이런 논란은 접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위터에 미국의 어떤 공직이나 공익 재단에 대해서도 그 자격 요건과 관련해 종교 심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헌법 제6조의 조문을 그대로 인용했다.

민주당 경선 주자인 마틴 오맬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와 공화당 주자 중 한 명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역시 카슨의 발언을 비판했다.

다만, 공화당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전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무슬림이 대통령이 됐을 경우 이를 지지하거나 편안하게 느낄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일정 시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내가 그것을 편안하게 느끼는가. 그것은 지금 당장 답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이슬람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의 니하드 아와드 사무국장은 성명을 내고 “카슨은 나라를 이끌 자격이 없다”며 카슨의 후보직 사퇴를 공개 촉구했다.

아와드 국장은 “카슨의 발언은 충격적이고 실망스러운 것”이라면서 “국민은 종교나 피부색깔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을 보고 공직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카슨은 어떤 공직에도 종교 심사를 자격 조건으로 제시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 헌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후보 가운데 유일한 흑인인 카슨이 뉴욕타임스(NYT)와 CBS방송의 최근 공동 여론조사(9월9∼13일·1천261명)에서 2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27%)를 바짝 추격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향후 공화당 경선, 더 나아가 전체 대선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